나의 작업은 ‘인간’에 대한 탐구에서 출발한다. 인간은 배움의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경험을 통해 스스로의 세계를 확장하며 자신만의 흔적을 남긴다. 이러한 삶의 태도는 공예의 행위와 닮아 있다. 금속공예 역시 재료를 이해하고 다루는 과정에서 끊임없는 학습과 숙련을 요구하며, 그 결과물에는 창작자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나는 이 지점에서 인간의 존재 방식과 공예적 행위가 상호 닮은꼴의 구조를 지니고 있음에 주목한다.
인간을 표현하기 위한 나의 조형 언어는 건축의 구조와 양식에서 비롯된다. 건축은 인간의 삶을 담아내는 가장 기본적인 그릇이자, 시대와 지역의 문화가 응축된 결과물이다. 특히 주거 공간은 단순히 신체를 보호하는 기능적 장소를 넘어, 인간의 사회성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징적 공간이다. 이러한 건축의 본질은 나에게 인간의 내면과 존재 방식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조형적 언어로 다가왔다.
작업은 동서양의 건축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은유적 차원의 ‘결구(結構)’와 ‘연결’이라는 구조적 개념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금속의 각 부품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하나의 형태를 이루는 과정은, 서로 다른 구성원들이 모여 공동체를 형성하는 인간 사회의 구조와 맞닿아 있다. 여기서 결구는 단순한 물리적 조립을 넘어, 개별적 존재들이 긴장과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전체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이다. 나는 이 과정 속에서 금속의 물성과 구조적 관계를 탐구하고, 인간과 사회의 관계성을 공예적 관점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조형적으로는 건축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시대를 관통하는 구조 미학을 시각화하는 데 집중한다. 일상 속에 녹아든 사물들을 주제로 삼되, 전통적인 조형 감각에 머무르지 않고 스테인리스 스틸, 알루미늄, 폴리카보네이트 등 현대적인 재료를 과감히 도입한다. 차갑고 단단한 현대적 재료와 구조적 결구 방식의 만남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새로운 구조적 미학을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결국 나의 작업은 인간, 구조, 그리고 관계에 대한 끊임없는 탐색이다. 금속이라는 재료를 통해 인간의 존재적 흔적과 사회적 결속을 시각화함으로써, 공예가 사유와 성찰을 이끌어내는 매개체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재료를 다루는 손의 경험과 면밀한 구조적 사고를 바탕으로, 인간이 만들어내는 관계의 아름다움과 그 내면의 질서를 조형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